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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 대한 감상
얼마전에 올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나갈 대표 선발전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대회 일정이 여름휴가 기간하고 겹치는 바람에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경기 영상을 보니 예상대로 아주 흥미진진한 대회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 결과는 김해진 선수가 합계 136.19점으로 1위, 120.02점을 얻은 이호정 선수가 2위를 기록했고, 이에따라 김해진 선수는 2장, 이호정 선수는 1장의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티켓을 얻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인지,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가능성있는 선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당장 국제대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전체적인 수준이 한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1-3위에 오른 선수들에 대한 감상을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당당 1위 김해진  

다양한 점프 구성이나 시원시원한 스피드, 자신감있고 커진 동작들, 복잡한 트랜지션등 참가한 선수중에서 단연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해진 선수의 최대 강점은, 자신이 가진 기량을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고 펼쳐 보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해진 선수의 경기 영상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더블 악셀 점프를 제외하면 지금껏 봤던 영상에서는 넘어지는 장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넘어진 이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나머지 연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 이후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아무리 기량과 가능성이 높아도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다만, 거친 랜딩과 러츠 엣지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네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깜짝 2위 이호정  

흔히 김해진, 박소연, 이호정 선수를 두고 97년생 3인방이라고 부릅니다. 박소연 선수는 97년생 동갑내기지만 생일이 늦어서 아직 주니어 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는 관계로 이번 선발전에는 불참했습니다. 박소연 선수는 내년에 주니어 대회에 나갈 수 있으니 그때를 기대해 보구요.

사실 전 이번 선발전에서 이호정 선수의 영상을 처음 봤습니다. 김해진 박소연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선수이기도 하지만, 사실 국내 노비스 선수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김해진 선수는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냈으니까 좀 예외적인 경우였구요.

어쨌든 이번 대회 영상을 통해 이호정 선수를 처음 본 느낌은,

성공한 트리플 토룹과 살코 점프는 깔끔하고 회전력도 좋은 것 같았습니다. 기본적인 스케이팅 스킬과 표현력도 나쁘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스피드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결 토룹을 좀 수정하고 나머지 트리플 점프를 장착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 그랑프리 포디움이 그리 멀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관건은 역시 트리플 점프가 되겠죠.




 안타까운 3위 윤예지  

김연아 선수 이후에 한국 피겨 선수들 중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선수여서 그런지 이번 결과가 많이 안타까운데요. 쇼트, 프리 모두 실수를 하면서 3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부상을 극복하고 새롭게 맞이하는 시즌이어서 나름대로 기대가 많았을텐데 아쉽게도 결과가 따라주지 못했네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윤예지 선수 점프의 완성도는 김연아 선수를 제외한 국내 최강이라고 생각하구요. 우아하게 몸을 쓰는 부분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습니다. 스핀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런데 시차가 문제였을까요? 아님 따뜻한 환경에서 갑자기 찬바람 씽씽부는 국내 링크장으로 온 탓에 몸이 적응을 못한 걸까요? 혹 부상이 염려된 걸까요?

여튼 예전에도 좀 주저하는 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뭔가 조심스럽게 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근 몇년간 몸도 변하고 부상도 겪으면서 아마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텐데요. 부디 슬기롭게 잘 극복해서 내적으로 좀 더 단단한 윤예지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승부는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아쉬운 훈련 환경  

선수들의 수준은 점점 올라가는데 제반 시설이나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종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 그것도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훈련을 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참 아쉽습니다.

거기에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몸을 풀 장소도 없고 경기를 마친 선수들도 부상 방지를 위해 계속해서 몸을 풀어야 할 정도로 추운 링크장 환경이니.......그 추운 곳에서 위험한 동작을 반복해야하는 선수들이 그저 안쓰러울 뿐입니다.









올해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티켓이 3장 뿐이어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마음인데요. 올시즌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는 김해진, 이호정 선수중 누가 나가든 좋은 성적을 거둬서 내년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티켓이 좀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현재의 선수들에 박소연 선수까지 주니어에 올라오고 지금처럼 잘 성장해준다면 내년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는 한국 선수들끼리 포디움을 겨루는 장면이 펼쳐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수들을 위한 제대로된 훈련장 하나 없는 현실에서 너무 장밋빛 꿈인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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