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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2010 토리노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있었습니다.경기에서 보셨듯,곽민정 선수가 시니어 데뷔 무대에서 종합22위를 기록했고요.김연아 선수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박수~짝짝짝!!!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끝나고 키스앤 크라이 존에서 보여준 김연아 선수의 모습에서 후련함을 엿볼 수 있었고,결과에 관계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심판 판정이나 결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물론 2008년 월드나 이번 월드나 제대로만 판정을 했다면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이었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뭐 어쨌든 경기는 끝이났고 이제 지상 최고의 갈라 프로그램인 타이스의 명상곡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만 기다리면 되는데요.
그런데 참...... 생각없는 기사를 하나 발견하게 됬습니다.
'한국 피겨 첫 출전권 3장' 아쉬운 실패
참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옵니다.기사 링크도 걸어주고 싶지가 않네요.
객관적인 사실은 이렇습니다.세계 선수권 대회에 1명만 참가해서 2위 이내에 입상하게 되면 다음해 출전권 3장,
2명 이상이 참가한 국가의 경우,두 선수 순위의 합이 13위 이내일때 출전권 3장이 주어집니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김연아,곽민정 두 선수가 각각 2위,22위를 기록해서 13위 이내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출전권 3장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김연아 선수로 인해서 피겨 인기가 높아지고 유망주들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서 곽민정,윤예지,박소연,김해진 등 많은 선수들을 알게 됬습니다.나름대로 열심히들 노력하고 있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입니다.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김연아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 선수들의 수준이 아직 세계를 바라 볼 정도는 아닙니다.
즉,김연아 선수가 1위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제2의 한국 선수가 12위 이내 성적을 올린다는 건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프리컷을 통과하는게 현실적인 목표라고 봐야합니다.
일반적으로.....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두고 실패라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올림픽과 같은 해에 벌어지는 세계 선수권 대회는 조금 맥빠진 경기가 되어왔습니다.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참가를 꺼려했으니까요.특히나 금메달 리스트라면 불참은 양반이고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했으니까요.올림픽 챔피언이 된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월드에 참가해서 잘해봐야 본전인데.........
피겨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고 피겨 이외의 모든걸 포기,희생하며 달려온 벤쿠버 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목표를 이뤘습니다.
저라면 그 꿈에서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는 일찌감치 월드 참가를 결정했었습니다.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다음해 월드 출전권 확보였습니다.
이번 결과만 보더라도 만약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면,다음해 월드 출전권은 기본 1장입니다.현실적으로 김연아 선수밖에 출전을 못한다는 얘기가 됩니다.그럼 아마 이런 저런 비난의 기사가 쏟아졌을 겁니다.
그래서 올림픽 이후의 정신적인 허탈감도,감기 몸살도 다 뒤로 제쳐두고 이번 월드에 참가한 겁니다.다음해 월드 출전권 2장을 위해서요.
이정도 예상이 어려운 건가요???
이번 월드는
곽민정 선수가 22위를 해서 아쉬운게 아니라
쇼트에서의 아픔을 딛고 프리컷에 통과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기를 마친게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것이구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이 아니라 은메달이어서 아쉬운게 아니라
올림픽 이후의 정신적 허탈감과 감기몸살 등으로 일주일밖에 준비를 못했던 점,실제 경기를 치르는 메인 링크에서 하루밖에 연습을 할 수 없었던 일정,그리고 쇼트에서 나온 당황스러운 실수,플립의 부당한 다운 그레이드 판정,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짜디짠 가산점,그리고 늘상 문제가 되는 PCS 장난질,그리고 인터뷰에서 밝힌 경기에 대한 두려움등을 모두 이겨내고 얻은 것이어서 더욱 값진 은메달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월드 출전권 3장 실패가 아니라.........월드 출전권 2장 획득에 성공한 거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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